외국인들이 찾는 K-패션 뉴플레이스
120년 역사를 지닌 서울 광장시장이 요즘 ‘패션 성지’로 불리고 있다. 빈대떡과 육회, 꽈배기로 유명한 먹거리 시장이 어느새 패션 브랜드들이 눈독 들이는 쇼룸으로 채워지고 있다.
작년부터 변화는 감지 됐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광장시장 한켠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복고와 스트리트 감성의 결합’을 보여줬다. 90년대 레트로 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 인증샷을 남기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어 코닥 어패럴(Kodak Apparel) 도 시장에 합류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브랜드답게, 광장시장의 오래된 간판과 네온사인, 낡은 벽돌 건물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서울에서 가장 힙한 올드스쿨 무드’를 구현해낸 셈이다.
올올들어 흐름은 더 뚜렷해졌다. 지난달 말 마뗑킴(Matinkim)은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과 협업해 광장시장 매장을 열었다. 브랜드 특유의 자유로운 무드가 좁은 골목과 맞물리면서, “시장과 스트리트 패션은 원래 찰떡궁합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한글 로고 에코백, 볼캡 모양 마늘빵 같은 이색 협업은 K-푸드와 K-패션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로 꼽힌다.
뒤이어 이달 초 세터(SATUR) 가 ‘세터하우스 광장마켓점’을 오픈했다. 광목천, 한지, 간살창 같은 전통 소재를 매장 인테리어에 활용하면서도 세터의 클래식 무드를 결합해 ‘한국적인 동시에 세련된 공간’을 완성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액세서리 라인도 확대하며, 시즌별 익스클루시브 상품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광장시장은 단순히 ‘먹거리 시장’에서 탈피해 패션, 푸드, 문화가 교차하는 ‘하이브리드 로케이션’ 으로 진화하고 있다. K-푸드로 모여든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K-패션까지 경험하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한국다움의 상징이고, 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며 “광장시장 입점은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풀어내는 무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