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퇴장, 애나 윈터가 보그를 떠난다

패션의 여왕, 마지막 장을 넘기다

 

‘패션계의 교황’이라 불리는 애나 윈터(75)가 37년 만에 미국 보그 편집장직에서 물러난다.

윈터는 26일(현지시간) 내부 회의를 통해 직접 사퇴 사실을 알렸다. 다만 보그 글로벌 편집책임자 및 콘데나스트 글로벌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직은 유지할 예정으로, 앞으로도 전 세계 콘텐츠 전략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1988년부터 보그 미국판을 이끈 윈터는 런던, 밀라노, 파리 중심의 기존 패션 축을 뉴욕으로 전환시키며 ‘패션 도시의 판도’를 바꾼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녀가 패션쇼에 도착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다는 일화는 이제 전설처럼 회자된다.

 

정치권과 영화계, 패션계를 아우르는 인맥도 그녀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배우 니콜 키드먼, 케이트 블란쳇 등과 인연이 깊으며, ‘멧 갈라(Met Gala)’를 통해 K-팝 스타들과도 접점을 넓혀왔다. 블랙핑크 제니, 로제, 리사, 세븐틴 에스쿱스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녀가 만든 무대에 섰다.

 

윈터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모티프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따뜻하고 인재를 아끼는 리더로 통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옷은 오래 입고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그의 소신은 오늘날의 패션 윤리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그가 떠나는 보그의 다음 페이지, 그리고 패션계의 새로운 권력 지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