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 등장한 고프코어의 새물결
하나의 장르로 포지셔닝 조짐
다시 고프코어(Gorpcore)의 등장이다. 최근 재유행 조짐이 보이는 패션 트렌드로 고프코어가 꼽힌다. 2017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보다 더 강력해진 흐름이다.
오히려 최근들어 고프코어 트렌드가 하나의 장르와 스타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기능성 아웃도어룩을 젊은 세대들이 재해석해 ‘힙’하게 소화하는 고프코어룩이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줄기차게 노출됐던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시티 보이 룩’을 밀어낼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다. 고프코어 트렌드는 한국, 즉 로컬 트렌드 조짐이 아닌 전 세계적인 유행 현상이다. 고프코어는 고프(gorp)와 놈코어(normcore) 단어를 합쳐 만든 합성어다.
2017년 뉴욕 패션 매거진 더 컷(The Cut) 소속 에디터 제이슨 첸(Jason Chen)이 ‘First Came Normcore. Now Get Ready for Gorpcore’라는 제목의 애슬레저, 테크웨어, 놈코어, 아메카지, 시티보이 등 다양한 패션 트렌드 속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은 스타일, 고프코어 룩 기사를 다루면서다. 이때부터 고프코어라는 단어가 세상에 등장했다.
고프코어의 뿌리는 애슬레저룩이다. 제이슨 첸 에디터는 당시 더 컷 매거진의 기사를 통해 고프코어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타고니아 플리츠 재킷을 입고 뉴욕 시내 거리를 다니는 현상, 컬럼비아 윈드 브레이커, 노스페이스 푸퍼를 입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모습, 뉴욕의 라떼맛집 카페 라콜롬브(cafe La Colombe)에서 아크테릭스 파카를 입은 커플이 플랫화이트를 마시는 장면. 도시 안 사람들의 부조화스러운 스타일이 뭔가 신선하다라는 것이다.
아마도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가지고 가는 견과류 믹스에서 따온 말로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앞 글자를 합친 약자 고프(Gorp)를 사용한 것도 교외로 캠핑이나 야외 활동에 가볍게 챙겨 입는 기능성 아웃도어의 믹스앤매치를 비유했을 것이다.
사실 고프코어는 2010년대 중반 가장 스타일리시한 래퍼이자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프랭크 오션(Frank Ocean) 같은 그 당시 인플루언서들이 아디다스 트레킹화 테렉스(Terrex AX3 GTX)와 아크테릭스 재킷을 입고 등장하면서 주류가 되었다.
이들이 입고, 신고 등장한 모든 제품이 시장에서 폭발적인 팔림새를 보이자 노스페이스와 슈프림, 컬럼비아스포츠웨어와 오프닝 세레모니, 피엘라벤과 아크네 스튜디오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등이 시작된 것이다.
고프코어가 패션 시장에서 인플루언서들을 서브 컬쳐로 확산됐고 여기에 럭셔리와 스트리트 무드까지 가해지며 복잡하지만 미묘한 세계관으로 진화한 것이다. 디올과 버켄스탁, 자크무스의 트레킹화, 프라다의 나일론 백팩까지. 고프코어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들이다. 고프코어가 새로운 럭셔리 스트리트웨어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