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보테가 베네타의 마티유 블라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새로운 CD로 임명했다.
2021년 말 케어링 그룹 산하의 이탈리안 럭셔리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CD로 임명된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CD였던 버지니 비아르가 사임한 뒤 6개월 여 공석이었던 자리가 드디어 채워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각) “샤넬의 패션 부문 사장인 브루노 파블로프스키는 프랑스-벨기에 출신의 마티유 블라지가 새해에 샤넬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는 내년 10월 파리쇼이며, 샤넬의 모든 패션, 쿠튀르 및 액세서리를 총괄하며 1년에 10개의 컬렉션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와 함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자리가 드디어 채워졌다”고 덧붙였다. NYT는 블라지는 4월에 샤넬에 공식적으로 합류할 예정으로 그 사이 스튜디오 디자인 팀은 1월과 7월의 쿠튀르 컬렉션과 3월의 레디투웨어 쇼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티유 블라지의 임명과 관련한 소문은 한달 전부터 무성하게 떠돌았다. 버지니 비아르의 사임 직후부터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을 비롯해, 알라이아의 CD 피터 뮬리에, 자크 뮈스, 또 최근 ‘MZ들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더 로우의 올슨 자매 역시 차기 주자로 거론됐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블라지의 이름이 등장한 이후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샤넬로서는 30년 가까이 브랜드를 이끌었던 칼 라거펠트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인사를 CD로 영입하게 됐다. 샤넬은 파라펙션 자회사에 600개 이상의 매장과 쿠튀르 스튜디오, 르사쥬 자수공방을 비롯한 전문 아틀리에 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NYT는 파블로프스키 샤넬 패션 부문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샤넬에 현대성에 색다른 접근 방식을 가져올 마티유의 역량에 대해 확신한다”면서 “마티유는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기성복, 실루엣, 가방에 대한 디자인적 관점이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이라고 말했다. 또 “브랜드가 고착화되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 “마티유는 오늘도 재능있지만 내일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일을 위한 재능’을 높이 사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마티유 블라지는 실험적이면서도 장인정신을 고양하고 브랜드의 DNA를 예술적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님처럼 보이는 가죽, 라피아처럼 보이는 가죽 등 트롱프뢰유(착시) 기법 등을 도입하며 밀라노에서 최고의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평단의 극찬을 끌어내기도 했다. 대중 역시 그의 창의성과 미감, 동시에 상업성도 지닌 작업에 매료됐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모기업인 케링에 보기 드문 성공을 가져다준 디자이너”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