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시장, ‘3조 시대’ 열며 역대급 실적 달성

불황 속에서도 가성비와 트렌드를 모두 잡은 SPA 브랜드들이 기존 중간층 수요를 완전히 흡수하며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니클로, 가을 결산 기준 매출 1.3조 돌파… ‘노재팬’ 이전 수준 완벽 회복
탑텐·스파오 등 토종 SPA의 맹추격, ‘무탠다드’ 오프라인 확장으로 40% 고성장
양극화된 패션 시장, ‘가성비+기능성’ 앞세운 SPA가 중간층 수요 흡수

 

2025년 국내 패션 시장이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유례없는 한파를 겪은 가운데,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들은 오히려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SPA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8.4% 성장한 2조 9,800억 원대로 추산되며, 사실상 3조 원 시장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곳은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다. 8월 결산법인인 유니클로의 2025 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매출은 전년 대비 27.5% 신장한 1조 3,52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9년(1조 3,780억 원)에 근접한 수치로, 영업이익 또한 2,704억 원으로 81.6% 급증하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다. 히트텍, 에어리즘 등 스테디셀러의 견고한 수요와 더불어 글로벌 아티스트 협업 마케팅이 젊은 층을 다시 불러 모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토종 SPA 브랜드들의 공세도 매서웠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약 9,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가입을 목전에 뒀다. 전국적인 오프라인 네트워크(매장 약 730여 개)를 기반으로 한 접근성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 역시 캐릭터 컬래버레이션과 베이직 아이템의 흥행에 힘입어 최근 3년간 평균 20%대 성장률을 유지하며 매출 6,000억 원 시대를 안정적으로 안착시켰다.

 

신흥 강자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약진은 올해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전략을 펼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연간 거래액 4,7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0% 성장한 수치로, 특히 오프라인 거래액이 전년 대비 86% 폭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전국 주요 거점에 33개 매장을 확보하고 누적 방문객 2,8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전문가들은 “패션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에 트렌디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SPA 브랜드들이 기존 중간 가격대 브랜드들의 파이를 흡수하고 있다”며 “2026년에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1조 원 목표 달성 여부와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가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