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의 절반만 만든다. 사람들이 내 옷을 입고 움직였을 때 비로소 내 옷이 완성된다. 디자인은 철학이 아닌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세이 미야케는 언제나 옷의 목적이 거창한 철학이 아닌 단순한 ‘착용’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옷을 사람의 제 2의 피부라고 생각하며 착용자를 그 누구보다 중요시여겼다. 아이러니하게 옷에 철학을 담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은 이세이 미야케의 첫 번째 컬렉션부터 돋보였다.
1971년 뉴욕에서 열린 컬렉션에서는 이레즈미 타투가 새겨진 점프수트가 등장했다. 1980년에 발표한 ‘Body’ 컬렉션에서는 여성의 상체를 본따 섬유 유리로 만든 뷔스티에를 선보였다. 누군가는 이를 보고 선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는 “옷은 착용자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신체의 자유”라는 것을 이를 통해 표현해낸 것이다.
한 장의 천으로 만들어낸 옷
일반적인 옷들은 여러 천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세이 미야케는 색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바로 단 한 장의 천을 이용해 옷을 만들어낸 것. ‘A Piece Of Cloth’ 일명 ‘A-POC’이라 불리는 옷은 한 장의 정사각격 원단만을 가지고 솔기와 여밈 없이 인체를 감싸는 형태를 띈다. 이는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서양의 눈으로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였다.